[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상무부 장관 후보자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지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테더는 USDT(테더)라고 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 화폐로,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돼 있으며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러트닉이 대주주로 있는 캔터는 테더의 자산 1340억 달러(약 187조8546억원) 중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자산은 주로 미국 채권이다.
캔터는 해당 자산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캔터는 그 대가로 매년 수천만 달러의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두 기업의 재정적 관계는 지난해 캔터가 테더에 막대한 투자금 지원 계약을 체결하면서 더욱 깊어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해당 계약으로 캔터는 테더의 지분 약 5%를 보유하게 됐는데, 이는 6억 달러(약 8412억원)에 달하는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증하며 테더는 지난 한 해 60억 달러(약 8조4228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대규모 자산 증식을 이뤄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아울러 캔터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고객에게 달러 대출을 제공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자사의 사업계획과 관련해 테더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상무부 장관으로 확정되기 전 테더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러트닉은 재정적으로 깊게 얽힌 테더를 지원하기 위해 테더의 정치적 올무도 없애버리려 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테더는 현재 자금세탁 연루 의혹으로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남부지검은 테더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마약 거래와 불법 수출, 해킹 등의 대금으로 사용되거나 이런 활동으로 얻은 자금을 세탁하는 데 사용됐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 혐의로 이스라엘 정부가 압류한 4100만 달러 규모 블록체인 지갑들을 분석한 결과, 송금된 암호 화폐의 99%가 테더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 핵프로그램 관련 사건에서도 테더가 다량으로 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에 금융비밀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트닉은 이 같은 규제에서 테더를 제외하도록 힘을 쓸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지난 5월 루가노에서 러트닉과 테더 소유주인 지안카를로 데바시니가 만나 올해 대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만남 후 데바시니는 지인들에게 ‘러트닉이 테더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법안을 없애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해당 만남 이후 러트닉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트닉은 지난 21일 미국 상원이 상무부 장관으로서의 그의 지위를 확정할 경우 캔터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윤리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자신의 회사에 대한 이해관계를 처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테더 대변인도 러트닉이 상무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성명을 보내 “테더와 캔터의 관계는 전적으로 전문적인 것이며, 관리 준비금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트닉이 정권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것이 어떻게든 규제 조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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