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수출이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보이며 무역수지 적자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출 버팀목이던 반도체 수출이 34.5% 줄었고, 중국과의 수출도 33.4% 감소한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런 내용이 담긴 ‘3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13.6% 감소한 551억2000 달러(72조2072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고물가·고금리 등 글로벌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진 영향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이차전지 등 자동차 관련 품목은 수출 증가를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64.2%, 이차전지의 경우 1.0% 높아졌다. 자동차는 9개월, 이차전지는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경우 65억2000 달러(8조5412억원)를 기록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급난 완화에 따른 대기 수요, 친환경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 신차 모델 출시로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차전지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사업 가속화 등으로 수출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34.5% 급감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반도체 수출은 45억 달러(5조8950억원) 줄었다.
또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디스플레이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디스플레이 전년과 비교해 41.6%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대(對)미국·중동 수출은 증가했으나, 반도체 수출 감소 영향을 크게 받은 중국·아세안은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며 미국은 1.6%, 중동은 21.6% 수출이 뛰었다. 특히 미국은 지난달 97억9000 달러(12조8249억원) 수출을 기록했다. 2월 증가로 돌아선 이후, 두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베트남의 수출 감소는 지속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긴축정책에 경기 침체와 반도체 수출 감소로 대(對)중국 수출은 33.4%, 아세안 21.0% 줄었다. 중국과의 수출에선 반도체(49.5%), 무선통신(43.2%), 석유화학(37.9%) 등 대부분의 품목이 쪼그라들었다.
수입은 에너지 수입이 줄어든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4% 감소한 597억5000만 달러(78조2725억원)를 기록했다. 원유·가스 등 주요 에너지 수입이 11.1% 떨어지며 145억 달러(18조9950억원)를 기록한 게 영향을 미쳤다. 다만 에너지 수입 규모 자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48억 달러나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에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6억 달러(6조52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13개월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이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감소하며 무역적자 규모는 줄었다. 지난 1월 무역적자가 126억5000만 달러, 2월에 52억7000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적자 폭은 축소되는 모양새다.
산업부는 이러한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심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중국·일본 등 제조기반 수출강국뿐만 아니라 대만·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으며, 일본은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 역시 반도체 업황이 어려워지며 지난해 1월 수출이 20.6% 급감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수출 부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출 드라이브를 구축한다. 수출지원 예산의 상반기 집중 투입,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추진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3월에도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IT부문 업황 악화에 따른 영향이 컸다”며 “최근의 한일 협력 분위기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및 한일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별 맞춤형 협력 환경을 조성하고 수출 유망 품목도 발굴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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