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 2주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직장인 A씨는 퇴사를 앞두고 그간 사용했던 회사 PC 정리와 인수인계 작업에 한창이다.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온 A씨의 PC에는 회사와 관련한 각종 문서는 물론 매출 관리, 급여 정산 등을 위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이 중에는 실적 분석과 업무 보고를 위해 A씨가 직접 만든 엑셀 파일도 있다. A씨는 그런데 이렇게 손수 작업한 자료도 후임에게 넘겨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A씨는 “내가 만든 것이기도 하고, 어쩐지 그냥 주기도 아까운데 PC에서 삭제하고 퇴사하면 안 되느냐”고 했다.
퇴사를 앞둔 직장인들은 후임을 위해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남겨두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정리해 넘겨주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중요한 파일이 담긴 PC를 포맷해버리고 퇴사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업무에 차질이 빚게 되는 것을 넘어 심각할 경우 계약이 틀어지거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회사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에 나쁜 감정이 있거나 불만이 있는 상태로 퇴사하면서 고의로 자료를 삭제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데, 이 경우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 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공용 폴더에 자료를 백업하도록 한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고 해당 자료를 인수인계 없이 삭제하고 퇴사한 직원의 행위는 업무방해죄 위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도 했다.
일각에선 A씨처럼 본인이 직접 만든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자료라 하더라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업무상 만든 자료이기 때문에 그 소유권은 회사에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퇴사 시에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업무 관련 자료를 온전한 상태로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 이를 삭제할 경우 재물손괴죄 중 하나인 전자기록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다.
만약 회사의 자료를 따로 저장해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 등으로 사용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까지도 적용될 수 있다.
회사 PC나 회사가 제공해 준 노트북이 아닌 개인 노트북에 작성해 보관해 둔 자료의 경우는 어떨까. 이 역시 회사 업무와 관련한 자료라면 회사 PC 등에 백업해주고 퇴사해야 한다.
자료 삭제뿐 아니라 비밀번호 설정 등으로 다른 사람이 자료를 열람할 수 없도록 한다든지 문서 내용의 일부를 바꾸거나 감추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물론 자료를 삭제하거나 문서를 변형했다고 해서 모두 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고의로 삭제한 것인지, 이로 인해 업무에 방해가 됐는지, 사전에 자료의 중요성이나 백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한편 회사도 직원이 무단으로 자료를 삭제하고 퇴사하는 경우에 대비해 보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자료를 공용 폴더에 백업하도록 하거나 직원별 비밀번호 관리, 퇴사 시 사직서 등에 인수인계 서약을 받아두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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