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역전세난’ 발생
금리 인상·전세 사기로 전세 기피 현상
집주인에 대해 면접 보는 세입자들
지금으로부터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나와있는 전세 물량에 비해 이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그야말로 전세 대란이 발생했다.
이에 전셋집을 구하고자 하는 세입자들은 원하는 집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만 했는데 당시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을 두고 면접까지 치르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세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0년 무렵에는 새 임대차법이 통과되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그와 반대로 전세 공급은 넘쳐나는데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오히려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면접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백 개 이상의 전셋집을 보유하고 있던 집주인이 돌연 사망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한 ‘빌라왕 사태’나 그 외 다양한 전세사기 사건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있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꼼꼼히 따져본 뒤 임대차계약을 진행하는 ‘집주인 면접’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 강서구 지역에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는 A씨는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해서 전셋집을 알아보고는 있는데 요즘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전세사기와 관련된 내용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까 믿어도 될만한 집주인인지 불안한 게 사실이다. 공인중개사에게 따져 묻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저당 내용 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주인의 신상정보에 대해 공인중개사에게 낱낱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한 공인 중개업자는 “세입자분들이 요즘에는 집주인에 대해서 재산 상황이 어떤지 정말 믿을만한 사람인지 이런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나 성격 같은 부분까지 매우 꼼꼼히 체크하시는 경향이 있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자신의 신상정보를 캐내려는 세입자의 태도가 못마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세입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지난 1년 사이 급격히 상승한 금리를 언급하고 있다. 미국 발 금리 인상으로 세입자들은 전세보다 오히려 월세를 찾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에서는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전세 매물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고 하는데, 오는 3월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매물은 13억 원에 올라왔던 전세매물이 최근 6억 원까지 내려왔다.
이처럼 계속되는 전세 수요 위축과 월세 선호 현상으로 촉발된 ‘역전세난’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